생리가 규칙적이면 문제없다고?
'나는 끄떡없다'며 근거 없는 자신감을 가지는 여성들도 많다. 그런 사람들에게 물으면 이렇게 말하곤 한다. "밤을 새워도 끄떡없어요. 비록 불규칙한 생활을 하고 있지만 문제없이 지내고 있어요. 제가 체력 하나는 좋거든요." 신체적 이상 증세가 없고 건강에 자신이 있다고 정말 호르몬 상태가 균형잡혀 있을까?
사실 이런 사람들은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어리석은 부류다. 우리의 몸은 모든 기관과 기능이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어느 한쪽의 기능에 이상이 생기거나 무리가 가해지면 다른 곳에 영향을 미친다. 더욱이 아무런 이유없이(자신은 모르지만 몸은 그 원인을 분명 알고 있다!) 몸 상태가 좋지 않다면, 호르몬 균형의 붕괴 때문일 수 있다. 원인을 모르면 아무래도 신체적 이상 증세에 둔감해질 수 밖에 없다. 이런 상태가 지속되면 나중에 더 큰 질병으로 발전할 수 있다.
불규칙한 생활을 계속 이어나가면 호르몬 균형이나 자율신경이 흐트러지고 그것은 고스란히 몸에 축적된다. 그렇게 오랜 세월에 걸쳐 쌓이면 증상으로 나타나고 질병이 될 수 있다.
생리가 규칙적이라면 호르몬 균형이 정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반드시 그런 것만은 아니다. 생리는 호르몬 균형을 파악하는 지표 중 하나로 반드시 규칙적이어야 한다. 그러나 생리가 규칙적이어도 건강하지 않을 수 있다. 기본적으로 생리 주기를 잘못 알고 있거나 정상적인 생리주기에 대해 모르는 사람도 많다.
먼저 주기를 세는 방법을 알아보자. 생리가 시작된 날이 첫째 날이다. 생리주기란 생리를 시작한 날로부터 다음 생리를 하는 전날까지의 일수를 말한다. 의학적으로 정상적인 생리주기는 대게 25~38일이다. 이전 생리 첫날부터 세어 26~39일째에 다음 생리가 시작되면 정상으로 간주해도 좋다. 일주일 정도 생리가 앞당겨지거나 늦춰져도 문제는 없지만, 그 이상으로 간격이 벌어지는 경우에는 부인과 진단을 받아보는 것이 좋다.
비록 생리가 규칙적이라고 해도 출혈량이 적거나 출혈기간이 짧은 경우 혹은 생리 전에 두통이나 다른 이상증세가 있다면 호르몬 균형이 양호하다고 말할 수 없다. 무엇보다 위험한 것은 의식의 문제다. 스스로 건강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개선책이나 치료법을 좀처럼 따르지 않는다. 생활습관을 바르게 고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해도 조금도 위기감을 느끼지 않기 때문에 좀처럼 실천으로 옮기지 않는다.
호르몬 균형이 나쁘다는 것은 명백한 증상으로 병이 나타나기 일보 직전에 있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야 한다. 그리 불편하지 않다는 이유로 증상을 방치하면 그 결과는 반드시 큰 부메랑이 되어 돌아오고 만다.
생각처럼 쉽게 임신 할 수 없다면..
여성 호르몬은 생각보다 이른 시기(20대 후반)부터 분비량이 감소하기 시작한다. 게다가 호르몬 균형이 무너진 상태를 개선하려는 노력 없이 오랫동안 그대로 방치하면 나중에 엄청난 결과로 되돌아올 수 있다. 현재의 결혼 평균 연령을 감안하면 임신이 원하는 시기에 제대로 되지 않아 고민하는 여성이 많을 수 밖에 없다.
에스트로겐과 프로게스테론이 조화롭게 균형을 이룰 때에 비로소 임신이 가능해진다. 아기를 원해도 호르몬 분비가 원활하지 않거나 호르몬 균형이 무너진 상태에서는 임신이 잘 되지 않는다. 게다가 호르몬 불균형이 오랜세월 이어질수록 임신가능한 상태로 회복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흔히 생각하듯 언제든 마음만 먹으면 임신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일이 바빠서, 상재가 없어서, 아이 키우기가 힘들어서 요즘 여성은 임신에서 자꾸만 멀어지는 경향이 있다. 많은 여성은 어쩔 수 없는 현실에서 '지금은 상황이 허락하지 않지만 훗날 결심이 서면 언제든 임신할 것'이라 막연하게 생각한다. 그러나 이런 생각은 더욱 임신을 어렵게 만든다. 임신을 할 수 있다는 것은 신의 축복이다 그렇다고 최대한 빨리 아기를 낳으라고 채근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지금부터라도 의식적으로 여성호르몬을 인식하고 호르몬 균형을 정돈해둬야 할 필요가 있다. 무관심한 탓으로 호르몬 불균형이 더욱 심해지면 예기치 못한 난임 선고를 받고 훗날 때늦은 후회를 하게 될지도 모른다.
1년에 한 번은 부인과 진료를 받자!
일 년 이내에 부인과 검진을 받고 정확한 일자를 기억해내지 못하는 경우라면 특별히 문제되지 않는다. 그러나 '몇 년간 한 번도 검진을 받은 적이 없다' 혹은 '지금껏 부인과 검진을 받은 적이 한 번도 없다'고 말하는 사람들은 심각하게 반성해야 한다. 비록 몸에 이상증상이 나타나지 않더라도 여성이라면 일 년에 한 번은 부인과 검진을 받는 것이 좋다. 자신의 호르몬 균형이 어떤 상태에 있는지를 알 수 있고 질병의 조기 발견이나 건강관리에도 도움이 된다. 가능하다면 자궁경부암 검사도 함께 받는 것이 좋다.
유방암 검사는 연령에 따라 검진의 권장 내용도 달라진다. 유선이 발달한 20~30대에는 연간 1회 초음파 검사나 촉진을 받는 것이 좋다. 유방조영술(X-ray를 이용한 유방암 검진)에 대해서는 40대 이후에 하는 것이 좋다. 이것도 빈번히 받을 필요는 없지만 검사결과에 따라서 적절한 검사 빈도로 확인해야 한다. (단, 가족 중에 유방암 진단을 받은 사람이 있다면 검사는 일 년에 한 번 정도는 받는 것이 좋다.)
회사에 다니는 사람이라면 연간 1회는 회사에서 건강진단을 받을 기회가 있다. 부인과 검진이 있다면 추가비용을 내더라도 놓치지 말고 꼭 받도록 하자. 만일 부인과 진단이 없다면, 본인부담으로 일 년에 한 번은 검사받도록 하자. 부인과 진단은 질병의 조기발견과 예방이라는 목적뿐 아니라 진정한 의미에서 자신의 몸과 대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 때문이다.
특히 30대 후반부터 40대 전반의 여성 중에는 몸에 이상증세가 나타나면 나이를 핑계로 삼고 무시하는 사람들이 많다. 금방 피로감에 녹초가 되고 생리가 불규칙해지는 현상이 나타나는데도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 이런 일련의 신체적 변화를 모두 나이가 들면서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치부해 버리지 말고, 반드시 검사를 받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몸에 나타나는 이상증상을 꼭 나이 탓으로만 돌리면 안 된다. 혹시 필요 이상으로 여성호르몬이 황폐해지는 생활을 보내고 있지는 않은가? 나이 탓을 하며 자기 합리화를 하고 위험한 질병을 방치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봐야 한다.
에스트로겐은 평생 티스푼 하나 정도밖에 분비되지 않는다. 매우 적은 양이지만 이것이 체내에서 매일 꾸준히 생성되는 것이 중요하다. 나이탓으로 돌리고 여성호르몬을 생성하는 건강한 생활을 게을리한다면 티스푼 하나는 커녕 이보다 훨씬 적은 양으로 감소할 것이다.
50대가 되면 여성호르몬의 양은 확연히 줄어든다. 그 이전에 건강하지 않은 식습관이나 불규칙한 생활로 호르몬 균형이 무너지면 갱년기를 앞당기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그래서 30~40대부터 호르몬의 균형에 신경쓰고 정기적인 검진을 받아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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